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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48시간_(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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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차를 타고 약속된 한정식 집으로 가는 동안 마음이 착잡했다. 오전에 봤던 그 같은 벚나무를 보며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동안 단단하게 입을 다물고 있었던 꽃망울이 그새 힘을 털썩 풀어놓은 것처럼 조금 더 벌어져 보였다. 나도 같이 힘일 털썩 하고 풀렸다. 남자가 눈치 채지 못하게 실소가 나왔다. 나는 분명히 남자를 사랑하는데, 8시간 전까지 확신을 갖고 있던 이 마음이 8시간동안 빠른 속도로 닫혀 버리는, 한여름, 한낮에 내놓은 김밥이 반나절을 못 버티고 쉬어버려 꼭두새벽 김밥 싸는 어미의 정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는 내 마음이 우스워 죽을 지경이었다. 나 사랑해요 라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개인블로그에 털어놓을 때는 언제고 이렇게 별거 없는 감정이 되다니.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 대한 공포와 스스로에 대한 비웃음 사이에서 나는 가만히 정면만 응시했다.

남자는 나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모님이 정말 좋으신 분이라고, 외동아들이라 부모님의 사랑을 아낌없이 독차지 하면서 자랐다며 비록 한번은 실패 했지만 두 번 실패는 없는 것이라며 재혼과 그 이후의 행복한 삶을 꿈꾸는 굳은 다짐을 다소 큰소리로 진지하게 얘기했다. 어떻게든 나와 행복하겠노라 작심한 남자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마지막 희망의 싹을 키워보고 싶기도 했다. , 나의 이랬다 저랬다 간사한 마음이란. 남자가 이혼하고 혼자 사귄 지 1년이 지났으니, 거기다가 이혼하고 아들 혼자 저러고 사는 걸 나이든 부모가 얼마나 걱정하고 계실까 이렇게 남자 쪽 부모님의 마음까지 오지랖 넓게 생각하고 나자 사실 나는 아들의 여자로서 무조건 합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혼하고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아들에게 미혼의 여자친구가 있다는데 어느 부모가 마다할까 하는 묘한 자신감과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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