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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48시간_(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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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는 나의 부모님에 대한 찬사가 끝나자 갑자기 남자의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부모님의 형편이 넉넉지 못해서 결혼이후 주욱, 이혼을 하고는 좀 더 금액을 올려서 부모님께 한달에 30에서 40정도 용돈을 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덧붙여서 용돈은 양가 부모에 똑같이 드릴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강조했다.

 

 

이백 남짓 생활비에 양가 부모님 생활비를 드리면 최저급여 수준인건데... 부모님이 얼마나 힘드신건데? 어디 아프셔? ”

남자는 나에게 외동아들만 바라보면서 국민연금 외에는 소득이 없으신 부모님을 져버릴 순 없다고 했다.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한다는데 더 할 말도 없었다. 평소에 먼저 연락도 거의 안하고, 살갑지도 않은 딸이지만 갑자기 내 부모의 실망 가득히 일그러진 얼굴을 생각하자 또 목구멍에 울화가 차올랐다. 남자의 잘못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에 이혼한 부부가 한 두 쌍도 아니고 이혼이 죄도 아니지만 미혼인 내가, 애 둘 있는 가난한 돌싱남 이자 부모의 부양 의무로 어깨가 무거운 남자를 내가 선택한다고 했을 때 흑색으로 얼굴이 변할 부모님이 상상했다. ,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부모님을 생각하며 의사 결정을 해왔다고 어쩌면 내 부모님을 핑계 삼아 서라도 이 남자로부터 벗어나는게 맞지 않겠나 하는 끔찍한 생각마저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야심찬 결혼계획을 통해 미래를 장밋빛으로 만들어보고자 야심차게 시작했던 하루가 정오를 넘기지 않고 잿빛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남자와 나는 미리 예매해둔 영화를 보고 저녁식사 시간까지 과천의 동물원을 어슬렁거리며 한적한 시간을 보냈다. 남자는 나와 함께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너무 좋다며 마지막 남은 인생 둘이 정말 행복하게 보내자며 죽어서도 옆에서 지켜주자는 말을 했다. 남의 속도 모른 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행복을 속삭이는 남자 자상한 말투에 나도 웃으면서 둘이 행복하자 라고 맞장구 치다가 펭귄우리 앞에 서서 뒤뚱거리는 펭귄을 보겠다며 펭귄보다 더 뒤뚱거리는 뒷모습으로 까치발을 들고 있는 유치원생들을 맞닥뜨렸다. 남자는 표정이 어두워지고 애써 어린 꼬마들을 외면하려는 모습이었고, 나는 아이들이 귀여서 무슨 말을 하려다가 꼬마들에게 시선을 거두고 하릴없이 다른곳을 바라보는 남자를 쳐다보며 나도 돌연 마음이 서늘해졌다. 전처랑 함게 살고 있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생각났으리라. 몇 번 이런 시선을 알아챈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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