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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48시간_(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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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안쓰러웠던 예전의 감정과는 달리, 나와의 자식을 원치 않는 남자로 인해 이미 내 마음이 지옥인데 나와는 상관도 없는 남자의 자식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 주고자 예쁜 유치원생들을 보면서도 예쁘다는 말도 꺼내지 못한 채 남자를 위해 자꾸 무언가를 참아야만 하는 나의 애쓰는 마음이 버거워지고 어느덧 남자를 향한 원망과 자책이 가득 차게 된 것이다.

우리는 끝 인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끝을 낼 수가 없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 그만 하자 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고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한다면 내가 1년이 넘게 만나온 이 남자는, 나를 붙잡지도 못하고 본인의 처지를 까닭 없이 미안해하며 나를 놓을 테지만 그렇게 남자가 나를 완전히 놓았을 때 내가 정말 상처를 받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건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남자를 향한 모든 행복과 꿈이 바로 오늘 반나절 사이에 갑자기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극도의 피곤함이 몰려왔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그대로 쓰러진다면 끝도 없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고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라는 바 이기도 했다. 그러나 50분 뒤에는 남자가 미리 예약한 한정식 집에서 남자의 부모님을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어쩌지도 못한 채 상황은 흘러갔다.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차분했고, 말이 줄었고 남자의 시선을 피했으나 남자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듯 했다. 내가 평소의 나보다 말 수가 줄어든 상황과는 정반대로 평소에 차분하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남자는 평소보다 오히려 말이 늘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많이 흥분한 듯 기분 좋은 조증현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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