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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48시간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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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변했다.

요새 남자를 보면서 드는 감정이었다. 바로 내 마음이 변했다는 것. 하루에 수차례씩 안부를 묻고 통화하는 건 여전했지만 밥 먹었어? 밥 챙겨 먹어야지 이런 살가운 대화의 끝은 항상 월세와 보증금, 생활비 얘기가 나오면서 소리 높여 싸우다가 어색한 화해로 끝이 났다. 앞으로 싸우지 말자, 응 싸워서 서로가 지치면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 라고 대답하며 지쳐서 끝이 오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은 지 벌써 몇 주 째였다. 주말이면 평소처럼 데이트하며 남자와 밥을 먹다가도 까닭모를 서운함과 억울함이 울컥 하고 올라와서 울음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리거나 일부러 하품을 한 적도 있었다. 하루 종일 바빠서 점심도 놓쳤다며 순댓국에 깍두기 국물을 풀고 허겁지겁 숟가락을 뜨는 그의 모습에서 비심(悲心)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같이 평생을 약속하며 행복할 자신이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근래에 들어서는 우연찮게 이별에 대한 책과 영화를 접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와 남자는 언제 어떻게 끝나게 될까 하고 우리의이별을 상상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끝이 날까. 서로를 지겨워하면서 너를 만나 내 아까운 세월 기약 없이 낭비만 했다며 손가락질을 해댈까 아니면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며 70년대식의 신파를 연출할까 등등의 연애관계의 끝 장면을 남 일처럼 상상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이 사랑을 접을 마음은 없었기 때문에 이 관계가 굳건하다고 믿고 싶었고 내 쪽에서 사랑이 식어서 관계의 종결을 선언하더라도 남자가 나를 져버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사랑이라는 권력게임에서 내가 우위가 있다는 확신도 내 마음의 든든하게 했다. 그렇게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이 연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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