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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KBS 드라마_직장의 신_기획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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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도

 

다크나이트때문에 난리가 났었다. 전좌석 연일 매진이었지만, 트렌드에 뒤쳐진 작가가 될 수 없으므로, 암표까지 사서 심야를 보고 나왔다. , 너도나도 다 보는걸 드디어 나도 봤다. 큰 숙제를 해결했단 안도감과 암표까지 사서 볼 건 아니었다는 본전 생각, (개인적으로는 전편이 훨 나았으므로) 그리고 갑자기 마지막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여, 배트맨이랑 우리 미스김이랑... 비슷하잖녀?

 

놀란 감독이 들으면 놀랠 노자겠지만, 어쨌든 미스김은 배트맨에 필적할 만한 여자다. 물론 작가생각.

 

#‘돌아와요 미스김은 히어로물이다.

 

배트맨은 출동할 때 항상 검정색 배트슈트를 입지만

미스김은 출근할 때 항상 긴정장바지와 목끝까지 채운 무채색의 블라우스를 입는다.

배트맨은 배트카를 타고 고담시로 출동하지만

미스김은 172 간선 버스를 타고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으로 출근한다.

 

배트맨이 배터랭을 던져서 적진을 뚫는 동안

미스김은 뚫어뻥으로 회사의 변기를 뚫고

배트맨이 배트건을 쏘며 적들을 물리치는 동안

미스김은 124개의 자격증으로 정규직 사원들을 제압한다.

 

그리하야

배트맨이 배트윙을 날리며 평화사회 구현을 이룩하고 사라지면

미스김은 청구서를 날리며 자신의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인 '시간 외 수당'을 이룩하고 사라진다.

 

모든 히어로물의 필수요소인 약점과 천적이 미스김에게도 있다.

배트맨이 유틸리티 벨트를 벗기면 힘을 못쓰듯이

미스김은 머리의 망사머리끈을 벗기면 힘을 못쓰고 여자로 변신한다.

 

배트맨에게 광기로 무장한 천재 악당 조커가 있었다면

미스김에게는 근자감으로 무장한 아부 수재 장규직이 있다. 어떤가? 정말 배트맨에 비길만한 히어로물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쯤에서 우리가 잊지말아야할 사실 한가지.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에게는 미스김이 배트맨보다 1.5배 정도는 더 통쾌할거란, 바로 그 사실.

 

#‘돌아와요 미스김은 철저한 현실 속에 탄생하는 판타지물이다.

 

미스김이라는 캐릭터가 도저히 한국사회에 있을 수 없는 히어로인 반면,

미스김이 현존하는 곳은 너무나 한국적이고 현실적인 곳을 배경으로 한다.

 

저게 회사여 호텔이여, 발길 닿는 곳곳마다 먼지 한톨없는 그 대리석 세트장같은 회사말고

이게 직원이여 소사여, 천근만근 정수기통 스스로 매일 들어 매다 꽂아야하는 그 회사

 

50대에 술배가 좀 나와줘야 겨우 단다는 하늘같은 본부장을 30대 초반의 얼굴재력능력 다 갖춘 엄친아들이 다 해먹는 그 회사말고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기러기 아빠 김부장과 34차 순회공연해야하는 그 회사

 

저 회사는 망해가나 도대체 일은 언제한데, 전직원이 일 안하고 연애만 하는 그 회사 말고

이 회사는 망하지도 않나 야근에 주말잔업에 강제로 가입된 사내 동호회까지 내 청춘 다 바쳐버린 그 회사

 

징글징글 구질구질 그만둘까 로또살까

이번달만 카드값만 적금타면 결혼하면

그러다 결국 오늘도 만원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바로 그곳

 

강남역 사거리에서 광화문 사거리까지 징글징글하게 들어선 수많은 회사 건물들, 그 중에 제일 꼬진 그 사무실, 그래 이제 알겠나, 그게 바로 우리 회사!

 

그곳이 바로 이 드라마의 배경이다.

 

#가장 사적인 것으로 공을 이야기한다

 

'돌미김''파견의 품격' 과 다른 지점은

 

1. 첫째로 에피소드의 차별화에 있다.

오오마에가 참치해체 요리사와 검도 유단자 등, 멋있고 화려한 일본식 그림을 선보였다면

미스김은 마트캐셔에서 골프캐디, 기간제 교사에서 때밀이 아줌마까지. 너무도 현실적이고 흔하기때문에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직업들의 의외성을 보여준다.

캐셔의 화장실 연속 참기 스킬, 때밀이의 때수건 두번 돌려감아 발가락 사이 때밀어내기 신공 등, 조금은 과장되었지만 프로페셔날한 미스김의 활약을 통해

비정규직이라는 분야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2. 그리고 두번째로 원작에는 없었던 가족사와 과거의 비밀들

미스김 뿐만 아니라 그녀와 삼각관계인 두 남자, 그리고 주변 인물들까지

모든 인물들에게는 과거 각자의 비밀이 있다.

그리고 그 비밀은 20071224일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다.

 

언젠가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던 비정규직이라는 단어. 굶어죽는 사람은 없는데 살기 힘들다. 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 시작한 사람들. 결혼은 때가 되면 하는 게 아니라 돈이 되면 할 수 있는 럭셔리한 제도가 되었고, 내집마련은 했는데 당장 생활비가 없는 하우스 푸어도 생겼다. 몇년사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구조.

드라마는 당연히 그 구조를 들여다보고 이야기해야한다.

하지만 그 구조를 들여다보이기위해 우리는 인공위성이 아닌 현미경을 이용한다.

인공위성으로 내려다보는 지구의 모습이 아닌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볼 수 있는

지구의 어느 한 지면을 열심히 기어다니고 있는 개미들의 모습만을 보여준다.

그리하야 그 개미들의 사연과 비밀이 어느 한 지점에서 모였을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정말 둥글던가, 혹시 네모나던가, 아니면 세모지 않을까. 한번쯤 의심해보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금까지 '미스김'의 장르적 특성, 원안과의 구조적 공통점, 그리고 그 차이점을 총 세가지 논지로서 분석해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열라 논리적이고 대박 거창한 논지보다 중요한 점은

 

#‘돌아와요 미스김은 무조건 재미있고 봐야한다.

 

는 것이다.

그리하야 낮이고 밤이고 전화질을 해대는 상사때문에 불면증이 생긴 Miss 신과

야근과 잔업에 지쳐 소개팅 나가서 졸고만 Miss 한과

더럽고 치사해서 회사 때려친다하고 나갔는데 카드고지서 받고 다시 출근한 Mr. 윤이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다 잊고 그저 하하하 웃게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 원작은 일드지만 한국에서 훨씬 더 잘 만들었다고 하는 드라마 직장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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