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회사를 위해서 동료를 위해서 상사를 위해서 일하지마.
오로지 너 자신만을 위해서 일해. 그것만이 니가 여기서 살아남는 방법이야”
천상천하 유아독존 천지간에 오로지 나와 수당과 자격증만이 존귀하노니
국내최초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
여, 나이미상, 소속미상, 신원미상.
아직 20대라는 이야기도 있고, 이미 불혹을 넘긴 나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항상 긴 정장바지와 목끝까지 채워 잠근 무채색의 블라우스, 쌍팔년도 시대의 망사머리끈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맨 모습으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스타일과 말투를 항상 유지한다. 듣는 사람이 이상하게 ‘을’이 되게 하는 재주가 있다.
한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가면 계약기간은 절대 3개월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 어느 회사를 들어가던지 담당업무 이외의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자세한 세부 사항은 미스김 설명서 참조)
3개월의 계약이 끝나고 나면 3개월은 한국을 떠나 세계를 떠돈다. 그래서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게 없다. 집, 통장, 적금, 가족... 하지만 문제없다. 124개의 자격증과 이 망사머리끈만 있으면 혼자서도 세계 어디서든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일하게 된 회사에서 만난 푸들머리 남자... 이 푸들, 지금껏 만나본 정규직 멍멍이들 중에 최악의 꼴통이다. 난생처음 내 망사머리를 벗기고, 긴바지를 벗기고, 이제는 내 시간 외 수당까지 벗겨먹으려 한다. 그러던 이 푸들... 어느날 전봇대에 자전거 들이박듯이 입술박치기를 하더니 자기 소속이 되라한다. 자기는 계약직과는 절대 연애를 할 수 없으니 나에게 자신을 위해 정규직이 되어달라 한다.
뭐...? 나에게 정규직 멍멍이가 되는 것도 모자라 멍멍이와 연애를 하란 말인가?
어이가 없어 뚫어뻥으로 그 푸들머리를 뽑아버릴뻔 했다. 그런데... 이제는 또 무말랭(미스김이 무팀장 부르는 별명)까지 나서서 자신을 믿어보라 한다.
하지만 나는 정규직들을 믿지 않는다. 푸들이나 무말랭이나 다 똑같은 멍멍이일 뿐이다. 언젠가는 주인을 위해 동료든 친구든, 누군가를 물 수 있는. 계약직 역시 마찬가지다. 진계장님의 망사끈을 손에 쥔 날, 나는 ‘인간’을 믿지 않기로 했다.
6년 전 그 때 그 사건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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