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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스타벅스의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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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내 글을 쓸 때마다, 그리고 글이 안 써질 때마다, 즉 매일같이 찾아가는 곳이다. 직장을 이제 막 때려치우고, 그토록 원했던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일희일비 하면서 매일같이 도를 닦듯이 남산 스타벅스를 방문해서 하루에 세 시간쯤 시간을 할애 한지 벌써 두달이다.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이라 나처럼 단골로써 방문하는 손님보다 일회성으로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더 많은데 내국인 한국인 할 것 없이 까다로운 고객들도 꽤 있어보였다.

요며칠 글이 생각처럼 써지지 않아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였다. 하루종일 무의미하게 노트북만 켜놓고 글은 안쓰고 웹서핑만 실컷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소비적인 나날의 반복이 지속되는 요즘이었다.

그날도 커피 한잔의 사치와 호사를 누리려 남산 스타벅스에 갔다. 때 마침 내 앞에서 주문하던 어느 노인이 반말로 찍찍 계산대의 스텝에게 주문을 하고 있었다.

응응, 아니아니 별...별로 해야지.”

, 고객님 프리퀀씨는 적립해드렸구요...”

아니? 그게 얘 왜케 말을 못알아 듣냐.”

, . 고객님. 다시한번 문의사항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아무 상관없는 내가 듣기에도 서비스직을 하대하는 노골적인 서비스 갑질에 불쾌감이 치솟았다. 한마디만 더 매장 직원을 하대하면 내가 나서서 뭐라고 해야지 하던 찰나 나는 그 노인을 상대하던 남직원을 쳐다 보았다.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서 쳐다본 나는 당황하지 않고 계속 미소를 띄우며 고객을 접대해서 오히려 내가 당황할 정도였다.

끝까지 웃으면서 차근차근 노인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는 직원을 보면서 나는 그만 내 마음속에서 뭔가가 철렁 하고 무너져 내리는 걸 느꼈다.

그래, 이게 스타벅스 서비스지.’

왜 내가 비슷비슷해 보이는 다른 커피숍을 가지 않고 굳이 스타벅스를 고집하는지 그때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내 스스로는 아주 평범한 고객이라고 생각하지만 스타벅스 크루들은 얼마나 많은 각양각색의 손님들을 상대하면서 힘들까, 근데 그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는 프로정신을 느끼고 나니, 글이 안 써진다며 게으름을 부렸던 내가 번쩍 정신이 들었던 것이다. 이제 막 마흔을 바라보는 나보다 띠동갑은 훨씬 더 밑인 그들의 맡은 일에 대한 프로정신은 나를 일깨웠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매일같이 스타벅스에서 라떼를 주문해서 먹으면서 라떼와 카푸치노의 차이점을 모르는, , 커피맛도 제대로 모르는 그저 카페인 중독자인 내가, 매일같이 스타벅스에 가서 편안함을 찾았던 이유는 바로 차별화된, 그리고 한결같은 서비스에 있었다는 것을.

다른 커피숍에서는 괜히 거절당할 까봐 묻지도 못했던 혹시 물 한잔만 마실 수 있을까요?” 라는 말도 스타벅스에서는 믿고 할 수 있었다. 왜냐? 다들 친절하니까.

그 친절 덕분에 작가 지망생인 제가 편하게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따라서 힘든 고객 하나하나에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제 목소리가 전해 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의 별빛추억을 남긴다.

나처럼 삶의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들에게 스타벅스 매장직원들이 얼마나 자기 일을 열심히, 제대로, 지치지 않고 하고 있는지, 그 행동이 다른 사람을 알게 모르게 얼마나 살리고 있는지 오늘 바로 스타벅스에 달려가서 커피 한잔을 주문한 채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나의 단골 커피숍이 될 스타벅스 남산점 사진 첨부와 함께 불쾌한 고객의 갑질에서 당황하지 않고 프로정신을 발휘하였던 매장직원의 뒷태를 몰래 찍어서 첨부하니 제발 본사에서 강하게 칭찬 좀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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