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마니산에 차를 끌고 갔다.
왜냐? 등산하러. 친구가 등산 모자를 선물로 사줬는데 도무지 쓸 일이 없는 거였다. 나같은 극강의 미니멀 리스트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버리든가, 아니면 떨어질 때 까지 상요하든가 둘 중의 하나 였고, 등산 모자를 착용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굳이, 부러, 등산을 해야만 했다.
인서울 말고 강화도 마니산으로 목적지를 잡았다. 차를 끌고 1시간 30분이 조금 못 미치는 곳이었는데, 별거 아닌것 같은코스였지만 그래서 하산 하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서울에 바로 돌아가기 좀 아쉬워서 강화도 풍물시장에 들렀다. 고구마도 사고, 서리태도 사고, 콩국수도 먹고, 만두도 먹고 시장 특유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 있는데 친구가 손을 잡고 사주보는 사람 앞으로 손을 이끈다.
- 뭐하는 아가씨야?
-저요? 저 원래 회사다녔었는데 그만 두고 글써요.
- 장르가 뭐야?
-소설이고 (이건 그저 로망일 뿐), 에세이고 ( 이걸 집필중인) 뭐 그래요.
-드라마 작가는 생각 없어?
-네???
사실 여기서는 좀 당황했었다. 왜냐면 정말 되고 싶었던 게 드라마 작가였는데 족족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모전 다 떨어졌는데, 근데 작가가 어울린다고? 예체능 사주라고? 내년에 상복이 터지고 쓰는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될거라며 도전 하라고 하니...귀가 솔깃 하는 것이다.
게다가 뭐 안좋은 말좀 해달라고 해도 그런게 없다는 말 뿐이니 어찌 좋지 않으랴.
작가 하고 싶는데, 글을 아주 열심히 쓰는 것도 아니고..노는것도 아니고 쓰는것도 아닌....그저 잉여인간으로 살고 있는 나에게 뭐 대단한 역술가도 아닌 시장 입구에서 사짜처럼 앉아서 사주를 읊어대는 그 아저씨의 말이 구원 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 회사 왜 그만 뒀어? 작가? 안맞아. 길을 잘못 들었어. 망해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도 이미 빼박 이 길로 들어선 인생이라 어쩔 수 없었겠지만 너는 될것이다, 너는 될 성 부른 잎이다 라는 소리를 듣는데 어찌 기분이 아니 좋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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