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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강북 도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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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글로 밥 벌어 먹고 살고 싶은데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한동안 드라마와 책을 기피했었다. 

그게 소설이든, 드라마든 팔리는 이야기가 되어서 사람들에게 읽히는 게 너무 배가 아팠다. 나는 가지 못하는 길을 끝장나는 이야기 빨로 시장에서 팔리는 작가로 살아남는 선배 작가들을 보면 나는 자꾸 쭈구리가 됐다. 

 

그래서 그 좋아하던 책도 멀리하고, 드라마, 영화 모두 치우고 예능만 보았었다. 그러나 갈 데가 없는 나는 결국 글로 돌아와서 블로그도 끄적이고 책을 읽고, 공모전도 기웃거리며 영화를 즐긴다. 

오늘은 간만에 강북의 대형서점들을 훑었다. 광화문 교보, 종각의 영풍, 종로의 종로서적까지... 인문, 철학 책 코너에서 서성대지만 자꾸 마음이 쓰이는 곳은 소설과 에세이 칸이다. 

저 곳에 내 책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고, 얼마나 설레며, 얼마나 꿈을 이룬 느낌일까 싶다. 

내가 파악한 요즘 서적은 다음과 같다. 

 

1.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

2.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수 있는지 알려주는 이야기

3. 인생 별거 없으니 쉽게 쉽게 나답게 살자는 이야기

 

이야기가 넘쳐난다. 정말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다. 작가의 문턱도 낮아지고 너도 나도 글로 끄적이는 시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그래서 정말 더 전업작가가 되기 힘든 시대...

주말인 토요일, 사람으로 북적이는 서울 도심의 서점 여행을 하면서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와 "내 주제에 무슨 작가가 되겠다며 이러고 있냐" 라는 자괴감 사이에서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내 책이 과연 매대에 올라 갈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본명이나 필명을 걸고 작가 라는 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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