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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감정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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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통 감정 노동을 하는 직업군을 꼽으라고 하면 서비스업을 꼽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그 어떤 직업군보다 "을"로 상징되는 직업이다. 서빙, 고객 상담원 등등 끊임없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하며 늘 웃어야 하고 늘 친절해야 하며 갑질들의 무례함을 어느 정도의 선까지는 끈기있게 참아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아마 대한민국이 특별히 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 봐도 서비스 자체로 컴플레인 거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으니까. 

"여기 서비스가 왜 이래?" 라고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고객이다.  외국 국적기를 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승무원들의 식사 서빙 서비스는 거의 식사 던지기(?) 수준이라는 걸. 웃긴건... 외국에서 푸대접을 받을 때는 '그저 이 나라의 서비스 수준이 이러려니~~ 우리와 다르려니~~' 이렇게 상대방에 따라 굉장히 관대해 지면서도 한국에 오면 또 기준이 높아진다. 

 

 

그리고 나는 또다른 의미에서 감정 노동자다. 사람의 감정을 엄청나게 고민해야 하고 캐릭터에 감정을 부여해야 한다. 살인자를 그려내도, 소시오패스를 그려내도, 감정적으로 그럴만 하다는 당위성을 부여해야 한다. 

일상 생활에서도 그 누구보다 감정에 예민하다. 슬펐다, 기뻤다, 행복했다 라고 끝나는 감정선을 이런 단어를 표현하지 않고 그려내야 한다. 

 

남편이 바람피운 여자의 이야기를 쓸 때는 꼭 있지도 않은 내 남편이 그런것만 같아서 부들부들 분노하고,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쓸 때는 또 그만큼 절절한 사랑에 감정이입되어 힘들다. 

뭐 대단한 작가도 아닌 고작 망생이 주제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거면...진짜 영혼을 갈아넣어서 글을 쓰시는...그래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님들이야 얼마나 감정 노동자들인지 알만하다. 

 

원래도 까탈스러운 성격이 글을 쓰면서 더욱 예민보스로 변했다. 

감정을 분석하는 것, 그리고 분석한 감정에 대한 자기 검열을 계속 하면서 내 감정을 읽는 사람을 글로 편하게 읽고 싶게 해서 공감을 자아내는것! 

그래....나는 매일이 엄청난 감정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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