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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2024 봄. 동경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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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이 넘어서 처음 가본 동경여행 이었다. 그동안 출장과 여행을 통해 미주와 북미를 원없이 다녔으나 일본은 그저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아마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외면했을 수도 있다. 뭐 나에겐 일본 스시도, 달콤하고도 짭쪼롬한 일본 과자도 그닥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선택한 동경 여행이었다. 10년 전에 삿뽀로는 엄마와 함께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이때도 순전히 엄마가 가고 싶다고 해서 선택한 여행이었다. 한 겨울 눈내린 삿뽀로가 아주 추웠다는 것과 맥주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게 전부이다.  그리고 내가 막연하게 무슨 생각을 했던가. 아, 나중에 나이들어서 온천하러 와야겠다, 아직 젊은 나는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여행을 할 게 아니라 "선진국"을 좀 더 돌아다니면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각설하고, 이번 일본 여행에서 느낀건, 일본이야 말로 선진국 이라는 거다. 나는 이번에 도쿄에 있는 여러 성당과, 와세다대학, 야구장들을 돌아다니며 참을 수 없는 부러움을 느꼈다.

야스쿠니 신사

일본의 보수정권들이 그렇게 찾아가서 한국여론의 뭇매를 맞는 야스쿠니 신사가 너무 궁금해서 찾아갔었는데 무료입장에 생각보다 경건해서 놀랐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바라노는 입장이야 자국민과 식민지 국가의 입장이 첨예하게 다를 수 밖에 없고 난 불편해서 가까이는 가지 않았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의 경비원들이 칼각으로 경례하는 행동이나 신사 앞에서 절을 드리는 일본 국민들은 자못 진중하고 엄중해 보였다. 현충원을 찾는 우리의 모습이랑 얼마나 첨예하게 다른가. 

와세다 대학 앞 거리

 

와세다 대학 앞도 몇번이나 들락거렸다. 일본인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는 편견과 다르게 대학에서 길을 물어 볼 땐 영어 의사소통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역무원들도 기본적인 영어는 잘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거리가 깨끗하고 무엇보다 질서 정연함에 놀랐다.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지킨다는 것,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야 말로 선진 시민의식의 기본인데 일본에서는 정말 너무 철저하게 지켜져서 한동안 정말 이렇게도 땅에 쓰레기가 없나 땅만 쳐다보면서 돌아다닐 정도였다. 

줄 서는 것, 먼저 양보하는 것, 사과를 잘하는 것.... 이를 두고 혹자는 혼네토다테마에 가 일본인의 특성이라며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속마음과 겉마음이 다르다며.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른다며. 그러나 속으로 어떤생각을 하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나를 뒤에서 어떻게 욕을 하든 비난을 하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닌 거다. 그저 보여지는 친절로 감동해서 충분히 돈값을 했다는 만족감으로 우리 관계는 사실 족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로 욕쟁이 할머니 식당은 더이상 작금의 시대에 환영하지 못하니 말이다. 내 돈 내고 밥을 먹으면서 욕을 먹는데, 이제는 그걸 웃으면서 감수하는 세대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 

요 몇년간 갔던 해외여행 중 가장 많은 깨달음을 준 곳이 바로 동경여행이었다. 치안은 완벽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카페에 있다가 자리를 비울 때 누가 가방이나 지갑을 훔쳐갈까봐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서 화장실로 갈 필요가 전혀 없었다. 언어는 굳이 일본어를 알지 못하더라도 불편함이 크게 있지 않았으며 음식은 완벽했다. 

제주도에 가서 바가지를 쓸 이유도 없었으며 나름의 문화체험과 배울 게 많으니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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