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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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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평 수준이 네이버평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네이버평을 크게 신뢰하는 편이다. 줄거리는 보지 않더라도 네이버 한줄평은 나름 참고해서 영화를 선택하는 건다. 

이번에 나온 패스트 라이브즈는 달랐다. 2023년 2024년의 패스트 라이브즈가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내역을 아래와 같다. 

2024
  • 76회 미국 감독 조합상(감독상(신인감독부문))
  • 39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버추오소스상)
  • 44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외국어영화상)
  • 58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작품상)
2023
  • 36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밀로스스테릭상)
  • 49회 LA 비평가 협회상(신인상)
  • 88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신인작품상)
  • 16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감독상)
  • 50회 겐트 영화제(특별언급)

 수상이력은 이렇게 엄청난데 막상 네이버 평점은 7점대에 한국 관람객은 2024년 3월 20일 현재 1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  네이버 평점에서 살짝 망설였다가 유튜버들의 평이 좋길래 반신반의 하면서 관람했다. 

                             

내가 본 영화중에 손가락에 감정표현으로는 손가락에 꼽을 만큼 좋았다. 네이버 평에 보면 여주의 어눌한 발음이 불편하다는 평이 있던데 난 그래서 더욱 좋았다. 초딩때 이민가서 한국어를 부모님 외엔 사용해 본적이 없는 이민 1.5세의 느릿한 발음 덕분에 더욱 몰입이 되었다. 해성이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큰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인 게 너무 좋았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한국남자는 재벌2세든, 조폭이든, 회사원이든 현실세계에 있을 법 하지 않고, 아무래도 허구이다 보니 내가 살면서 만났던 찐한국인의 캐릭터를 찾기 힘든데, 영화속 해성이 완전 한국인이었다. 

한국 초딩, 한국 대딩, 그리고 한국 직장인, 그리고 24년만에 내 유년시절의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뉴욕까지 날라온 남자의 전형적인 표정과 행동... 그래서 해성, 노라, 아서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됐던 것이다.  영화를 본 후 내가 느낀 3명의 감상평이다. 

해성 : 수십년이 흐른 후, 초딩시절 내 첫사랑이자 20대 시절 온라인으로 한번 더 설렜던 그녀를 만나기 위해 휴가를 내고 뉴욕으로 날라간다.  나영이 너 맞구나?로 시작한 해성은 애틋하고, 아쉽고, 후련하게 이런저런 가정을 하다가 노라와 아쉬움 없이 작별한다. 

노라 : 옛 친구를 만나서 설레고 기쁘고, 해성과의 추억의 곱씹으면서 웃다가도 지금 내 눈 앞의 해성이 얼마나 내가 알던 헤성과 다른지를 알면서 속상하다. 해성이 우버택시를 타고 완벽한 closure를 하고 떠나면서 복잡하고 속상한 마음이 터져나온다. 

아서 : 아내 노래가 childhood sweetheart 와 재회하는 걸 막을 순 없다. 불안하고 속상하다. 아내가 떠나지 않아서 다행이면서도 무력하다.

 

내용이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  한 동네에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것도 아니고 해외취업, 이민 등으로 그 어느때보다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은 저 세명의 캐릭터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을까. SNS를 통해서 누구랑도 소통할 수 있는 시대지만 동시에 연락을 차단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박혀 고립되기도 쉬운 세대가 아닌가. 

나의 유년시절이 떠오르고, 내 유년시절의 수많은 인연들이 떠올랐으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인연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더 이상은 내곁에 없는 인연들도 떠올렸다.

우리는 대체 무슨 인연을 쌓아서 만났고 그렇게 속절없이 떠나보냈던 것이었을까. 

소중한 영화를 만들어준 감독과 훌륭한 배우분들에게 감사한 시간이었다. 네이버평점이 나의 취향과도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점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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