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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종교의 확증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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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에 나오는 확증편향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확증편향 : 확증 편향(確證偏向, 영어Confirmation bias)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2] 흔히 하는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와 같은 것이 바로 확증 편향이다. 

확증편향 자체를 안 좋게 보는 심리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뭐 어차피 사람으로 태어나서 모든 사안에 대해서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판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떄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도 알겠다.  문제는 확증편향 자체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드러난다는 건데 대표적인 게 바로 종교다. 

그러니까 수세기 전부터 수백년 동안 피를 흘리며 싸우지 않을까.  그저 내가 회심하여 돌아온 "천주교" 라는 나의 신앙이 내가 잘 선택한 종교이기를,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너에게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주겠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 초대교회의 정신을 이어져 오고 있는 찐 교회가 천주교이길 빈다. 초기 교회에서 동방정교회, 성공회, 개신교의 수많은 교파로 갈라져있는데 작금의 교회 분열사태에서 내가 선택한 이 종교만이 진짜라고 생각하자 같은 신을 믿는다면서 다른 교리를 주장하는 또 한심해 보이길 시작하는 것이다. 

진실은 사실 아무도 모른다. 2000년이 넘은 이 종교 기독교가 실제로 허구인지 진실인지 아기예수의 탄생과 부활, 죽은 뒤 지옥과 천국의 유무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다만 모든 걸 신께 의탁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자꾸 마음을 다 잡을 뿐이다.  

오랜만에 독실한 개신교인인 친구와 만났다. 그녀가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대한 푸념을 한참을 떠들었다. 다닌지 20년이 넘었는데 요새 교회 운영이 마음에 안든단다. 목사님 월급이 500으로 측정되어 있지만 목사님의 모든 경조사비나 물품구입비 역시 교회에서 부담하기 떄문에 실제로 목사님께 들어가는 비용이 300만원 이상 추가로 더 들어간다며 교회를 바꿀까 고민이라고 했다. 

글쎄다. 성직자 역시 신이 아니고, 종교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과 다름이 없다는 전제로 보면 사유재산을 소유하면서 진짜로 하느님께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분심이 들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나마 제도적으로 부패를 막는다고 생각하는 곳이 그래서 가톨릭인거다. 근데 또 웃긴건 가톨릭 사제들의 아이들 성폭행, 성추행이 수십년간 지속되고 이걸 바티칸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최근에야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고 사과하고... 이 세태를 보면 진짜 천국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저럴 수가 있을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lZ2UUucQS7g&t=69s

 

파면신부라는 건, 파면당하기 전까지는 신부직을 해왔다는 거고, 전직 성직자가 지금 파면당한 상태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걸 가톨릭에서 더이상 신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침묵하고 있는 것도 말이 안된다. 선직자가 신자 한명을 가스라이팅해서 그녀를 고독속에서 죽게 방치하는 것과 개신교의 이단인 JMS나 만민중앙교회 등등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 확증편향 속에서 사는 건지 견고한 신앙을 갖기로 한 나는 무서워질때가 있다. 정답이 있지 않은 문제에 있어서 서로 그저 내가 그동안 세뇌받은대로, 혹은 내가 판단한대로, 혹은 경험한대로 그 믿음이 바탕이 되어 니가 그르고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나도 역시 하면서 산다. 

말로는 모두를 존중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종교 문제에 대해서 어차피 다음 두 가지 입장 중 하나일 뿐이다. 

1. 어차피 설득이 되는 문제가 아니니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믿자. 각자 터치하지 말자. 

2. 니가 믿는 종교는 문제가 있다. 나의 입장과 반대되는 얘기를 하면 우리는 싸운다. 

2024년 1월 1일 성모마리아 대축일 미사를 다녀온 나에게 개신교인 내 친구는 나에게 결국 한낱 마리아일 뿐인 여자의 축일까지 지내나며 나를 건드렸고 우리는 또 각자의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마리아는 하느님이 선택한 한낮 가난한 여자일 뿐이라는 친구의 주장. 예수님을 어디 알에서 태어나게 할 수 없으니 그저 '마리아'라는 여자를 선택해서 예수님이 태어나신 것뿐이고 마리아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 라는 친구의 주장. 그런 마리아에 성모니 뭐니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나에게 가톨릭도 구원이 있는건지 모르겠다며 선을 넘는 발언을 했다. 

그렇다면 나의 주장은 무엇이냐. 

인간의 죄를 없애기 위해 하느님께서 '아무여자'나 선택해서 아기예수를 잉태하게 하셨다는거 자체가 말이 안된다. 절대 순종한 마리아는 하느님을 배에 품고 낳고 성인이 될때까지 키우셨으며 돌아가셨을 때도 그를 품에 안았다. 성경을 통털어서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을 모두 옆에서 지켜본 사람은 마리아가 유일하다. 따라서 그녀는 그저 마리이가 아니라 삼위일체를 낳으신 천주의 어머니가 맞다. 고작 600년 전에 종교개혁으로 갈라져 온 개신교 라는 종파가 가 뿌리가 되는 가톨릭을 향해 구원 운운 하는게 어불 성설이다. 내가 보기엔 개신교가 살아남기 위해서 꼬투리를 잡는 걸로 밖에 안보인다. 

물론 이 모든 주장들 역시 비종교인이 보기에는 '종교장사'를 두고, 없는 신을 두고 말같지도 않은 토론을 하는 모양새 일 수도 있다. 역시나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나의 선택이 옳기를 나의 결정이 맞기를 바라고 살 수 밖에. 종교가 나의 교만함을 그래도 많이 눌러주는 걸로. 나는 위안받고 있다. 종교 덕분에 그래도 없는 사람을 생각하기도 하게 됐다. 나보다 가난한 사람을 돌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으니 이 생을 사는 동안 그래도 내가 천주교인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는 그걸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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