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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추석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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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경향신문에 기고되었던 어떤 칼럼이 인기를 끌었다. 바로 그 유명한 '추석이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의 글이다.  

https://www.khan.co.kr/print.html?art_id=201809211922005 

 

기사 인쇄 | [사유와 성찰]“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사유와 성찰]“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정치사상 2018.09.21 19:22 입력 2018.09.22 13:27 수정 밥을 먹다가 주변 사람을 긴장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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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으로 회자되며 불편하고 거시기한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친인척 들에게 결혼은 안하냐, 취업은 했냐, 아이는 안낳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 결혼이란 무엇인가, 직업이란 무엇인가, 출산이란 무엇인가 라고 되물으며 상대의 입을 닫게 하는 기발한 방법을 제시한다. 불필요한 오지랖에 상처받지 말고, 위축되지 말고, 나이스하게 지금 그 질문, 선 넘은 겁니다 라고 한방을 날리는 방법 말이다. 

원래 추석을 좋아하지 않았다. 조부모님이 살아계셨던 어릴 때야, 도심을 떠나 아궁이에 불때는 깡 시골로 가서, 부지깽이로 아궁이도 쏘시고, 간만에 똥깨도 만지고, 조부모님을 포함해서 작은 할아버지댁의 당숙이니 당숙모니 까지 한꺼번에 보는 그 연중 행사가 그저 당연하게만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이제 나도 성인이 된지도 20년이 더 지나갔고, 조부모님이 돌아가신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더이상 큰 아빠니, 고모니, 사촌이니 만나지도 보지도 않은지도 수년이 됐다.  나는 미혼에 하나 있는 형제는 결혼해서 애가 있고 딱 우리가족끼리만 "굳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모이는 그저 좀 긴 연휴중 하나인 것이다. 

넉넉한 집안은 가족끼리든 각자든 국내나 해외 여행을 떠날 것이고,  넉넉하지 않은 집은 이 참에 모여 앉아서 먹고, 잠자고 , TV나 보는 연례행사에 부여할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더이상 한 해의 추수에 감사하는 자리도 아니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송편을 만들지도 않는다. 

따라서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아마 2023년 작금의 시대처럼 갈등과 차이가 벌어지는 오늘날의 추석은 그저 못 가진자는 고향을 내려가고, 많이 가진자는 해외에서 긴 연휴를 즐기는 뭐 딱 그정도외에 추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김영민 교수의 칼럼이 나온지도 벌써 5년이 훌쩍 지났다. 더이상 우리는 가족을 향해, 일가 친척을 향해, 결혼과 취업 출산과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나 안부따위는 묻지 않는다. 그 사이에 시대는 변하고 변해서 상대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게 예의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석이란 무엇이냐에 대해서 나는 다시 생각해본다. 가족과 벗에게 아무런 관심과 오지랖을 부릴 수 없는 괜찮은 척, 잘 사는 척, 가면놀이 하는 며칠간의 국가 공휴일이 오늘날의 추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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