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우연한 기회에 Yes24 티켓에서 영화 라스트세션 티켓팅을 하고 있는 걸 알게됐다. 무엇보다 유신론자와 무신론자가 각자의 논리로 붙는 대담 형식의 연극이라는 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2차 조기예매로 할인 받아서 앞에서 세번째줄에서 관람하는 호사...
오늘의 캐스팅은 남명렬과 이상윤. 남명렬 배우님이야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 같고, TV스타 이상윤이 연극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사실상 완벽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연극을 봐왔지만, 그리고 연극을 통해 TV 드라마와는 다른 재미를 찾았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연극이 나에게 따로 생각할 숙제를 남겨준 건 처음이었다. 나 역시 지극히 무신론자 였다가, 그래도 뭔가가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내 삶이 나의 뜻대로만 움직인다거나 "죽으면 그뿐이다" 라는 생각이 옅어졌다. 그래서 나는 카톨릭이 되었다.
지금 나의 스탠스는 이러하다. 신이 있는 것 같다. 근데 잘은 모르겠다. 나에게 생각지 않은 기쁨이 생겼을 때,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게 여기기로 했다. 운이 좋다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없어지고 신의 축복이다,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니 한결 사는게 편하다.
삶이 좀 힘들때, 그 힘든 현재에 대해서 억울해 하기 보다는 힘든 이유가 있을 거다, 하느님의 뜻이 있을 거다 라고 마음 먹는다. 그리고 하느님이 도와주실 거라고 믿고 청한다. 저를 좀 도와달라고. 그렇게 빌고 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안풀리는 인생에 대해서 억울해 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으니 안풀리는 그 순간마저도 삶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나는 신의 존재를 믿기로 마음먹었다. 믿기로 마음 먹자 서서히 믿어지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극은 무신론자에게는 유신론자의 시각을, 유신론자에게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무신론자의 논쟁을 들어 볼 만하다는 의미에서 강력 추천한다. 2008년부터 보아왔던 연극 인생에서 라스트세션이 단연 넘버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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