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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인생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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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쓴인잡의 7번째 에피소드를 보았다. 모든 주제가 탁월하지만 특히 이번 알츠하이머에 대한 얘기는 남일 같지 않았다.  살면 살수록 <모든 것이 유전이다> 라는 말이 당연한 명제처럼 가슴에 와서 박힐 때가 있다. 기본적인 건강상태 머리숱, 두뇌발달, 예술에 대한 소질 외에 엄청나게 많은 부분이 그저 유전이다. 

부모님이 서울대면 자식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게 아닌이상 얼추 비슷하게 학교를 들어간다. 가르친 적도 없는데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아마 부모 둘 중 한명에 미술에 탁월한 소질이 있었지만 뭐, 가정형편으로 학교를 못 갔다는 익숙한 스토리로 귀결되는 거다. 

이 모든것이 다 유전되는 마당에... 알츠하이머 치매야 말로 유전의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나의 친할머니가 70대 초반에 치매가 찾아와서 요양원에서 수년간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이제 70대 후반인 큰아버지도 치매라는 얘기를 들었다. 70을 이제 막 넘긴 아빠도 염려 스럽다. 말을 한 번에 못알아 듣는 증상이 생겼다. 아빠가 언젠가 걸린다면 내가 어떻게 도와드려나 하나 가끔 고민할 때도 있다. 사실 그보다도 아빠가 걸렸으면...알츠하이머가 나한테도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무섭다. 

내 인생의 끝에 치매가 찾아 온다면 배우자도 자식도 없는 나는...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 알쓸인잡을 보면서 인생의 마흔 줄에 들어선 내가 어떤점을 지향하며 살아야 하는지도 생각해 본다. 

깔끔하고 간소하게 살아야겠다. 2023년 나의 계획이자 40대를 꿰뚫어서 살아내고 싶은 내 인생 지침이다. 

많은 물건을 사들이지 않고, 산 뒤에 열심히 써서 수명을 다한 물건은 그때그때 처분하고 싶다. 음식 역시 간단히 먹는 걸 습관화하고 싶다. 맵고 짜고 자극적인걸 끊어내는 연습을 2022년도에 했다. 혼자 간단히 챙겨먹는 삶에 익숙해서인지 쉬웠다. 격한 운동도 피하려고 한다. 매일 하는 간단한 스트레칭에 일주일에 한두번씩 요가원을 찾는 것으로 충분하다. 치약이든 칫솔이든 물건을 챙여두는 버릇부터 고쳐냈다. 그리고 열심히 기도한다. 기복신앙이 아니라 "나 잘되게 해주세요" "나 부자되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그저 오늘 하루 잘 살았음을 감사하는 기도이다. 

자꾸 무너지는 나의 삶이 좀 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조용히 천천히 늙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언젠가 알츠하이머가 내 인생을 덮치게 된다면 좀 더 깨끗한 치매로 타인에게 널 민폐가 되기를 빈다. 아빠가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고, 차라리 그 병이 나에게 찾아오기를 빈다. 

아무렇게나 살다가 아무렇게 사는 노인이 되어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삶으로 끝내지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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