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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카톨릭 냉담자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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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따라서 초등학교 4학년때 첫 영성체를 하고 그렇게 고1-2무렵까지는 어거지로 성당에 다닌 것 같다. 온 가족이 그렇게 신실한 엄마 때문에 세례를 받고 서서히 하느님과 멀어졌다. 사춘기 시절 온가족이 엄마와 그 문제로 많이 싸웠다. 아마 엄마는 온가족이 성당에 함께 다니는 "성가정 (Holy Family, 聖家庭) 을 꿈꿨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래도록 내 마음에 하느님이 들어올 자리는 없었다. 

20살이 넘고 성인이 되고, 집을 떠나서 서울에 오면서 부터는 더욱 더 성당과 담을 쌓았다. 한동안 마음이 힘들때, 외국에서 살 때 잠깐씩 성당을 찾곤 했었다. 미사시간이 없는 때에 일부러 찾아가서 멀뚱히 앉아있다가 온 적도 있었고 아주 가끔 미사를 드린적도 있었지만 (손에 꼽을 만큼) 성체를 모실 순 없었다. 고해성사가 싫었기 때문이다. 

고해성사라니!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냉담을 했다는 사실에다가 내가 그동안 지었던 수많은 죄들을 어떻게 다기억해 내서 한단 말인가. 말 그대로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 성당 온 김에 고해성사를 하고 성체를 모실 순 있었지만 난 다음주일에 또 성당을 나올 자신이 없었다. 

성당은... 주밀 미사는... 하느님...예수님은 내가 그렇게 마음의 안정을 찾고 기댈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 세상은 그저 억울한 일 투성이 였으며 나는 하루하루 살아 내는것도 참 버거웠다. 그러다가 작년 늦가을 부터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성당이 마음속에 들어왔다. 

마침 걸어서 10분 걸이에 본당이 있었고 미사시간을 검색해서 찾았다. 주일 저녁미사였다. 20년 전과 변할 게 없는 미사라는 전례, 가톨릭 성가책 하나 없지만 기억 나는 미사곡들... 특히 <하느님의 어린양> 이라는 곡을 듣는데 갑자기 울컥 하는 거다.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 망정이지 잘못하면 입이 덜덜 떨리는 걸 주위 사람들에게 들킬 뻔 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주 미사를 하러 성당에 간다. 스스로 느끼기에 이정도면 기쁜 마음으로 헌금할 수 있다는 액수의 금액을 매주 봉헌한다. 찬송가를 검색해서 듣고, 카톨릭 성가책을 샀으면 성모상도 하나 구입했다. 고해성사도 성탄판공에 맞추어서 할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교만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길 잃은 어린양 처럼 굴었는지, 내가 얼마나 남이 잘되는 걸 시기하고 배아픈 사람인지 신부님 앞에서 낱낱이 고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냉담자가 한 순간에 갑자기 카톨릭 신자가 된 건 기적이다. 찬송가에 온몸이 떨리는것도 처음이다. 

주님 앞에 무릎을 꿇으니 이 세상 겁날 것도 없고, 내가 이겨내지 못할 고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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