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으로 켈로이드가 있는 경우 평생의 삶이 피곤해진다. 신경쓸 게 너무 많기 떄문이다. BCG예방접종후 부작용으로 켈로이드를 얻었다. 뭐 새로 얻은 건 아니고 유전이다. 아빠의 어깨에 시커멓고 길고 도톰하게 켈로이드가 올라와있는데 초등학교 4학년때 내 어깨를 보더니 아빠 왈, "와! 너 나 닮았구나!" 라면서 신기하게 쳐다 보는거다.
내가 켈로이드 피부를 유전적으로 타고났다는건 10살때쯤 알게 되었다. BCG주사자국이 딱딱하고 볼록하고 다소 어두운 검붉은 색으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내 어깨를 쳐다보았다. 그 무렵부터 나는 민소매 옷을 더이상 입지 않았다. 목욕탕도 당연히 갈 수 없었다.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면서 나의 어깨에 대해서 물었기 때문이다.
아니라는 의사도 있지만 BCG접종 후에 나타나는 켈로이드는 유전이다. 내가 그렇고, 나의 아빠가 켈로이드가 아빠의 말로는 아빠의 이모와 외삼촌이 켈로이드 였다고 한다. 엄마와 오빠는 BCG접종 흔적도 없다.
십대 중반부터 삼십대 초반까지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었다. 병원에서는 6주 뒤에 오라고 하기도 했지만 스테로이드 주사가 결코 몸에 좋지 않기에 아주 가끔만 갔다.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는 일년에 두번정도 갔었고, 이십대 중후반 이후로는 몇년에 한번만 갔다. 그것도 삼십대 넘어서는 한두번이 마지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피부가 노화되고 더이상 성장이 멈춰서 인지 켈로이드 특유의 가려운 증상은 현저히 잦아들었다.
켈로이드 증상
1. 굉장히 가렵다. 긁고 나면 기존보다 더 부풀어 오른다.
2.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기 전에 켈로이드 피부라고 말하면 레이저 시술을 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3. 타투는 당연히 금지된다.
4. 비오기 전날 어깨가 엄청나게 가렵다.
5. 침을 맞은 자국이 켈로이드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는 침하고는 전혀 상관없었다.
6. 레이저 시술로 얼굴에 있는 편평사마귀와 점도 제거했다.
7. 흉터에 나면 안되기에 칼질에 굉장히 민감하다 (평생)
8. 귀를 뚫지 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나 난 겁없이 귀를 뚫었는데 켈로이드 흉터가 남지는 않았다.
9. 사춘기 시절 여드름이 얼굴에 많이 났고 여드름 고름을 짠 상처가 켈로이드로 남은 사람들도 있지만 나의 경우엔 해당되지 않았다.
즉, 켈로이드의 증상과 정도는 개인마다 너무 다르다. 노화 + 그동안의 스테로이드 치료로 색깔은 많이 옅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민소매를 입을 수 없고, 목욕탕과 수영장을 꺼린다. 나의 어깨를 쳐다보는 것도 싫고 "니 어깨는 왜 그래?" 라는 질문을 받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보통 가슴과 어깨, 등 위, 목 뒤, 귓볼 등에 발생한다고 나와 있지만 각막 켈로이드가 발생한 사례도 있따고 한다. 즉 켈로이드 과거력이 있는 사람은 라식 수술을 시행할 떄도 주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주의하라는 말은 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그렇다고 장애로 인정받아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평생이 괴롭다. 이렇게나 유전은 무섭다. 한 번은 피부과 의사에게 "켈로이드 이거 별거 아닌거 같은데... 암도 고치는 시대에 켈로이드 치료 법이 없나요?" 라고 물어보니 켈로이드를 고칠 수 있다면 노벨 의학상을 받을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하아... 죽기 전에 어디라도 아프면 반드시 수술할 일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켈로이드 체질을 타고난 사람들은 정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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