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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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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봐도 눈길을 잡아끄는데 진짜 강부장제의 경로에서 이탈한 어느 이혼한 여자의 좌충우돌기가 담겨있다. 사실 위즈덤하우스에서 책을 받아서 진즉 서평단으로 참여 했었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좀더 꼼꼼하게 진심을 담아 리뷰하는 걸로 속죄하는 바이다. 

책의 초반부에 저자의 남편이 얼마나 본인의 부모님께 휘둘렸는지 알 만한 내용이 살짝 등장한다. 자기의 아내에게 부당한 걸 요구하고, 그 요구에 맞서지 못하는 남의편 같은 '남편'이라니... 물론 뭐, 그 이유가 이혼의 전부는 아니었겠다만 이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마 저제는 엄청난 가부장제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견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 이탈하여 결혼생활보다 훨씬 더 행복한 이혼 후의 삶을 찾아가는 걸로 마무리 짖는다. 

내가 결혼의 경험은 없지만 꽤 크고작은 굵직굵직한 연애를 해봤고, 특히 마지막 연애가 마마보이와의 만남 이었기에 이런 마마보이 "남친"이 아닌 마마보이 "남편"으로 고통받은 얘기가 남일 처럼 들리지 않는다. 내 구남친은 나와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본인 스스로를 마마보이 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마마보이는 "툭하면 전화로 엄마한테 뭔가 물어보고 허락받는 거잖아. 난 안그런다니까?"  라는 주장이었다.  그래, 나도 그렇게 눈에 띄는, 마마보이 였다면 애초에 만나지도 않았을 거다. 

그러나 내 구남친은 교묘하게 마마보이 였다. 남이 볼땐 효자인거고 내가 볼때는 자기 엄마아빠한테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 같고... 그래서 건강한 거리를 두는 것도 겁나게 죄책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 나와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결국 그 입에서 나온 말이 "이 씨, 나 엄마한테 갈거야" 

그를 내 인생에서 아웃 시킨 뒤, 난 더 이상 남친 엄마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 스러웠는지 모른다. 좀 더 일찍 그 관계에서 빠져나왔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후회없이 관계에 다 쏟아봤기에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천만 다행이다. 만약 내가 그 교묘한 마마보이와 결혼했다면 그 집 부모에게 나까지 가스라이팅 당하며, 그와 울며불며 싸우며 결국 나도 저자처럼 이혼을 선택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책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읽어야 하마, '시'어머니든 '시'아버지든 '시'자가 들어갈 사람들이 필독해야 하는 도서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이런 책들을 읽지 않을 뿐더러 설사 읽었다 해도, 그들의 이야기 인줄 잘 모른다는 게 함정이다. 

이 책은 결국 저자의 이혼 이라는 선택이 결코 실패가 아니라 더 나은 인생을 잘 살아 보기 위한 일이었음을 처절하게 밝혀내고 있다. 그래, 실패가 아니다. 게다가 애 없이 빠른 이혼을 선택한 저자의 선택에 너무나도 심심한 박수를 보낸다. 결혼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많은 여자들이 시간과 상황에 떠밀려서 잘못된 사람과의 결혼을 선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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