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타인들] 이라는 책을 보고 있다. 사실 심리학 책은 웬만하면 한국 저자의 책을 읽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제 아무리 유명한 석학이더라도, 저자가 외국인 일경우 예시로 드는 사례가 아무래도 낯설다. 그래서 한국인인 나로서는 같은 심리 책을 읽때는 한국 저자를 훨씬 선호하는 편이다. 이 책은 평이 좋아서 고심 끝에 구입했다가 1년이 넘도록 들여다 보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오늘 문득 집어 들었다.
"외로움은 마음을 어둡게 하고 판단력을 흐린다. 외로움 이라는 필터가 장착되면 우리는 자기 자신과 타인,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외로운 사람은 거절에 상처 입기가 더 쉬우며 사회적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경계심과 불안감도 더 크게 느낀다. 과도한 고립감은 감정을 읽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외로운 사람들은 네 가지 기본 감정, 즉 행복, 두려움, 분노, 슬픔을 나타낸 이미지를 보고 해석하는 능력이 외롭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떨어진다. 외로움이 심할수록 이들 감정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또한 외로운 심리 상태에서는 긍정적 경험을 이용하는 능력도 줄어든다. 사물이나 상황의 밝고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기보다는 부정적인 면에 더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외로운 심리 상태에서는 더 쉽게 스트레스를 느끼고 낙관적 시각을 갖기가 더 힘들다"
라고 쓰는 페이지에서 머리가 띵한다. 나는 지금 외로운가. 아닌가. 올해 초,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모두 잃었다. 다툼으로 인해 관계가 소멸된 경우 끝도 없이 외로워 진다. 차라리 사고로 인해 한쪽이 사망했다손 치면 좀 더 마음놓고 슬퍼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 소멸에 내 탓은 없기 때문에 무한정 맘 놓고 슬퍼하고 나의 상황을 떠벌리며 위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툼 이후 두번 다시 보지 않게 될 경우는.... 내 잘못을 자꾸 헤집어 보게 된다. 싸움의 원인 뿐 아니라 어차피 끝날 인연에 대해 마음을 쓰며 살아왔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뭐 그렇게 올해 내내 조금은 외로운 마음으로, 아니지, 외로운 마음이 지나쳐서 내가 그동안 잘못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후회와 뭐라 설명할 길이 없는 외로운 마음을 꾹꾹 억누르던 찰나, 이 책을 보니까 초반부터 가슴이 덜컥 한다.
혼자 잘 살아내기 위해서, 혼자 마음 다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잘 살아내기 위해서라도 마흔의 심리학 서적을 꾸준히 찾아보는 건 정말 필요하다. 이 책 1챕터의 제목대로 나는 어쩌면 그동안 관계의 과부화가 걸려 있었을 수도 있었고, 그게 나의 성격장애와 맞물리면서 인생이 원치 않게 비주류의 길로 가게 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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