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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법

조정회부 결정 (민사소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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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조정을 원치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조정회부 결정이 내려진거지?

변론기일을 피고쪽에서 악의적으로 온갖 핑계를 대가며 차일피일 미루는 것만 봐도 잔뜩 열이 받았는데 난데없이 조정회부 결정이 내려졌다. 

 

알아보니 조정에 회부하는 경우 통상 3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1. 원고 피고 모두 뚜렷한 증거가 없거나

2. 한쪽이 승소할 경우 다른 쪽에 막대한 피해가 갈 경우

3.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경우

 

일단 나의 경우에는 위 세가지에 다 해당대지 않았다. 좀 더 찾아보니 실무적으로 재판을 빨리 끝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도 조정회부 결정을 내린다는 걸 알았다. 

빨리 끝난다면야 소송을 시작한 내 입장에서 정말 바라던 바.

 

조정 회부 결정이 내려진 지 약 한달의 시간이 또 흐른 후, 즉 소장을 제출한지 8개월이 지나서야 피고쪽 변호사를 처음 보고 (당사자는 예상했던 대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홀로 참석했다. 

결과는 처참. 

 

조정판사는 처음에 나의 준비서면에 쓰여있는대로 나에게 먼저 물었다. 1200만원을 청구한 게 맞는지. 그리고 다시 피고 대리인에게 물었다. 400만원만 줄 의향이 있는지. 피고대리인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판사를 보며 드디어 조정절차에 들어가는 건지 내심 기대했다. 

 

푸핫, 이게 웬걸 - 

 

각각 따로 물어본단다. 피고 대리인을 잠시 나가라고 한 뒤, 나한테 얼마까지 양보할 수 있냐고 물었다. 

- 천만원이요. 그 이하로는 힘들어요. 저는 초반에 소송비용 100만원도 들어갔어요. 

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보고 잠시 나가라고 한 뒤, 피고 소송대리인을 불렀다. 1분이나 지났을까. 판사가 나까지 소환했다. 

 

- 양측의 의견을 잘 들었다, 금액차이가 큰 거 같다, 한달 뒤 결정사항이 통지 될거다. 불복하면 다시 원 사건으로 넘어간다

 

난 허리굽혀 인사하고 법원을 빠져나오면서 찜찜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게 조정입니까? 이렇게 물어보고 끝낼거면 바쁜 사람 법정까지 오라가라 하지 말고 전화로 물어보시죠. 판사 앞에서 각자 의견을 개진하고, 판사가 들어보고 판단하여 조율하는게 아니라 얼마를 원하냐 달랑 금액을 물어보는게 무슨 조정?

왜 법원에서 굳이 돈을 더 써가며 조정판사를 두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세금 낭비라고나 할까....

 

 

서로가 주장하는 금액의 딱 절반으로 조정할거면 애들 다툼이겠지요. 조정회부 결정은 또 쓸데없이 민사재판 시간만 끄는 과정이었다. 조정회부 결정에 따라 사건을 빨리 끝내고 싶은 경우라면 정말 제대로 조정을 해주십사- 

받을 돈 있는 사람은, 1년이상 끌고 가는 이 소액재판에 목숨 걸고 피말립니다. 

가진자들을 위한 법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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