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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법

부당해고 소송, 갑에서 을이 되기까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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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간 인사팀에서 (주로 외국계 한 곳은 작은 중소기업) 일했으니 이런 저런 노무 문제를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주로 직원들과 대척점에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노무사 자격증을 소유한 전문적인 노무 담당은 아니었지만 소송을 거는 직원이 있으면 그걸 막는 역할을 인사팀이 있는데 난 인사팀 직원이었던 것이다.  내가 했던 채용이나 급여 업무 외에도 노무적으로 업무 지시가 내려오면 불필요한(?), 문제있는(?) 직원들을  교묘히 자르는 역을 도왔거나 방관했을 것이다. 

 

예전에 어느 외국계 회사에서 일할 때는 조직에서 더 이상 쓸모 없는 영업부 매니저를 날리기 위해서 그 사람의 2년치의 법인카드 내역서를 파낸 적도 있었다. 뭐라도 털면 나오는 법. 결국 야근 안했으면서 야근식대를 올린 그 사람을 향해 징계 위원회를 열고 별 짓을 다했고 그는 결국 "자발적으로 퇴사" 하는 모양으로 회사에서 사라졌다.

 

그때도 아주 잠시 생각을 했었다.'회사에서 해고하지 않고 직원이 스스로 짐싸게 하기 참 쉽구나, 조직이란 아주 무서운 곳이구나.'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들 내가 당하는 입장이 될거라고는 향후 몇년동안 생각지도 못했었다. 

 

2018년도에는 내가 일하던 회사의 상무와 대척점에 서 있게 됐다. 즉 인사팀 과장이었던 내가 인사팀 상무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우컬 어이가 없었는데...제주에서 일했던 한 회사의 부사장이 조직에서 아웃되고 상무가 그 역할 대행을 하면서 나랑 계속 부딪혔다. 

 

적어도 내 시각에서 그 상무는 자기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밑에 사람들에게 일을 다 시키고 공은 본인이 가로 채 가는 사람이었는데 글쎄다 굽신굽신 네네 거렸으면 몇 개월은 더 조직생활을 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심 나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그 상무는 나랑 안맞는다고 생각한 이상어떻게 해서든 그 지위를 이용해서 나를 괴롭혔을 거고  결국 나를 퇴사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나를  퇴근 후에 병원을 간다고 하는데도 일찍 집에 보내주지 않았고, 나보고 영어 이메일을 쓰라고 한 뒤 이름만 바꿔서 본인이 내보내고 이메일에 나를 CC또한 걸지 않았다. 그 외에도 약 2-3주 간의 기간동안 크고 작은 괴롭힘과 얼굴 벌게짐이 있었다. 

 

그리고 운명의 그날, 내가 타 부서에 이메일을 썼는데 나한테 호통을 쳤다. 직접 가서 물어보면 될 걸 굳이 이메일을 쓴다나?

다른 직원들 앞에서 소리치는 상무를 향해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세요?" 라고 얼굴이 벌개진 내가 한마디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팀 회의를 잡은 그가 나에게 보직을 변경했다. 어디로? 인사팀 안내 데스크에서 직원들 서류를 받으라고.

 

한 파트의 채용 팀장이었던 나에게 계약직 사원들 에게 주로 시키곤 했던 서류 정리 잡무를 시킨 것이다. 

나는 그날 사표를 던지고 사표는 순식간에 승인을 거쳐서 최종 승인만 남겨놓고 있었다. 아주 살짝 후회하긴 했다. 짤린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 사표를 던졌으니 뭐 더이상 내가 회사를 향해서 억울하다, 부당하다 할 수는 없는 거였다. 

 

따라서 그때까지도 나는 회사를 향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낼 생각은 없었다. 그냥 대략 4주 뒤까지 일하겠다고 말하고 사표를 썼으니 그 4주동안 인수인계 및 뒷정리나 잘 하고 나름 쿨-하게 나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상무는 나에게 아예 출근을 금지 시켰다. 다음날 출근하고 컴퓨터를 켰는데 "과장님은 일할 필요 없으니 집에 그냥 가세요~" 다른 직원들의 흘끔 거리는 시선과 뭔가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만 같은 굴욕감을 느꼈다. 

 

내가 순순히는 못 나가겠다....

 

아 어디 한번 싸워보자, 싶었던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는 휴대폰의 녹음 기능을 메인 화면에 깔아놓고 그와 면담을 했다. 감정적인 내가 스탠스를 슬쩍 바꿨다. 저는 열심히 햇는데 제가 뭐가 문제인가요.  저자세로 질문을 했지만 실제로 굴욕 스럽긴 했다. 머릿속은 당장의 월세와 내 커리어로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었따.

상무는 나랑 일 못해먹겠다, 다른 부서에서도 널 안받아 줄거다, 등등 앞으로도 출근할 필요없다 출근하지 마라 등등...웃으며 나의 자존심을 깔아뭉겠다. 

 

인사 상무는 곧 쫓겨나게 생긴 나를 향해 비열한 승리의 웃음을 지었다. 

아주 짧지만 나는 나도 지난 10년간 어떤 직원에게 이런 능글맞은, 치졸하고 비열한, 악마의 웃음을 보였던 적이 있었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두 차례의 면담을 녹음했다. 그리고 몇번의 제주지방 노동청 방문과 이런저런 블로그에서 무료 상담을 받고 아래와 같은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유서를 직접 작성했다. 그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어떻게 노무사 도움을 받지 않고 회사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졌다. 

 

정말 궁금한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이런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법률지식이 힘없는 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인사팀이었기에, 그리고 드물게 이 회사를 끝으로 회사의 커리어를 끝냈기에 맘껏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 한 때 상처가 되었지만 돌이켜 보면 성장이 되었던 바로 2년 전의 이야기 이다. 

 

 

직접 작성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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