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속편으로 돌아온 픽사 무비 <인사이드 아웃2>를 보면서 펑펑 울었다. 영화관 내에서도 흐느끼며 울고 극장을 나와서 유튜브 리뷰를 찾아보면서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주인공 라일리의 ‘불안’에 너무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의 수준에 따라 내 삶 마저 등급으로 나눠질까 불안에 시달렸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다. 불안은 떨치는 나의 방법이 그저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낭랑 18세의 소녀가 느꼈던 불안은 대학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는? 당연히 취업을 했다고 해서, 이직을 했다고 해서 불안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불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래에 대한 불안뿐만이 아니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안은 친구나 연인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성향으로 나타났다.
‘불안 이라는 감정은 참으로 얄궂어서 통제할수록, 감정을 시험할수록 더욱더 불안에 사로잡혔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가 불안해서 미래를 점치는 데 돈을 쓰고, 사람에게서 위안과 안정을 찾으려고 했다.
나의 발버둥이 참패로 끝난 건, 편안한 양말처럼 감싸주었던 애인이 떠나고, 안정적인 밥벌이가 되어주었던 직업을 잃게 되면서 일상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불안이 내 삶을 뒤덮어서 그대로 끝날 것만 같았을 때 길냥이를 만났다. 눈곱이 가득낀 채, 울 힘도 없어서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길 위의 아기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평소에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았지만 비를 옴팡 맞고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모습이 꼭 나를 보는 것처럼 애처로웠기 때문이다. 나를 돌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이 생물은 살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 고양이 사료를 준비하고 패드 및 고양이 식기 등 기본적인 것들만 준비해 주고 나는 가능한 침대에서 잠만 잤다.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서 붙잡고 있었던 모든 것이 무너졌는데 무엇을 위해서 살아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배도 고프지 않았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에 잠식 당하지 않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며 살아갔던 나에게 남은 날에 대한 어떤 미련도 남아있지 않았다. 남자친구에게 버림 받았다는 생각과 홧김에 낸 사표가 수리되어 내 인생을 나락으로 만들었다는 자괴감으로 ‘그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올라왔다. 나를 침대에서 일어나게 한 건 고양이 울음 소리였다. 밥은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잠에서 깨서 사료를 먹이기를 며칠 째, 고양이의 아그작 아그작 사료를 먹는 소리가 엄청난 위안으로 다가왔다. 곧 위안은 식욕을 불러 일으켰고,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에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경계를 풀지 못한 채, 식탁 밑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의 표정에 묘하게 나를 안심시켰다.
“고양아, 뭐가 불안해. 너도 나처럼 불안해? 이름을 불안이라고 지어줄까? 응?”
고양이가 나에게 ‘내가 불안을 가져갈테니 너는 얼른 너의 삶을 살아’ 라고 꼭 말해주는 것만 같은 표정으로 울어댔다.
나는 그때부터 고양이를 불안이라고 이름지어 주었다. 희한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의 불안은 잦아들고 평범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책임져야 할 생명이 있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자꾸만 미래를 꿈꾸게 했다.
그때로부터 2년이 지난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불안’이라고 이름 붙여진 고양이를 만나서 불안을 잠재우고 지금의 나는 큰 불안이 없는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다시 취업을 했고,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연애도 시작했다. 챙겨야 할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존재가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작은 생명임을 깨달았다는 사실이 나를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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