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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천국의 열쇠>에서 말하는 가톨릭 신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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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통해 추천받은 책이 있었다. 바로 A.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 라는 책이다. 각 출판사에서 여러가지 버전으로 출간되어 있지만 내가 읽은 버전은 1991년 하서출판사에서 출간된 버젼이다. 

<천국의 열쇠>를 읽고 사제나 수녀가 되었다는 유튜브 클립이 이 책을 읽게 한 트리거가 되었는데 그 외에 개신교 목사님들도 이 책을 추천하는 걸 보고 그리스도교 종파와 상관없이 읽을만 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책은 제 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발행되어 불과 몇 달 만에 60만부라는 놀라운 판매부수를 기록하여 미국에서 그 해 베스트셀러 제 1위에 올랐으며,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불멸의 명작으로 대호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이 그만큼 잘 씌어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톨릭 사제 프랜치스 치점을 통하여 이상적인 인간상과 세계상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인간 행동의 가치 기준과 세계인으로서의 자세를 제시해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교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교리해석에 대해서도 경종을 올려 주고 있다. 

원래 책을 빨리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좀 천천히 곱씹을 게 많아서 한권을 읽는데 열흘 가량이 걸렸다. 특시 프랜시스 신부와 베로니카 수녀가 계속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다가 둘이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가톨릭 신앙의 한 단편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베로니카 : 그 분은 신앙을 전혀 갖지 않은 무신론자였어요. 그런데 신부님께서는 그분에게 영원한 보상의 약속이나 다름없는 말을 하셨잖아요.

프랜치스 : 우리는 신앙에서뿐만 아니라 행위에 대해서도 하느님의 심판을 받습니다. 

베로니카 : 그 분은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분이셨어요. 더욱이 가톨릭 신자도 아니고......"

프랜치스 : 당신이 말하는 그리스도교란 어떤 사람일까요. 7인 가운데 하루만 교회에 나간다면 나머지 6일은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으로 살아가도 되는 사람들입니까. 탈록은 그렇게 살지 않았어요. 그리고 환자들을 위해 일하다가 죽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하셨던 것처럼...

베로니카 : 그분은 자유사상가였어요.

프랜치스 : 베로니카 수녀님, 그리스도께서도 당대의 사람들에게는 위험천만한 자유사상가로 여겨졌지요. 그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겁니다. 

베로니카 : 그리스도와 감히 비교를 하시다니......불경이 지나치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프랜치스 : 그럴까요? 그리스도는 무척 너그러운 분이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겸손도 아셨습니다. 

베로니카 : 그리스도께서 규율을 세우시고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지키도록 명하셨습니다. 그런데 탈록 의사는 그것을 지키려고도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신부님도 알고 계시겠죠. 임종이 다가올 때도 신부님은 성사 (병자의 죄를 사하고 은총을 받아 영혼을 굳세게 하는 가톨릭교회 의식)를 줄 의무조차 저버리셨습니다. 

프랜치스 : 성사를 주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겠지요. 그러나 어쨌든 하느님께서는 그 친구를 용서하셨을 겁니다. 수녀님도 그에게 호감을 갖고 계셨지 않습니까?

베로니카 : 좋은 분이었어요. 누가 그분을 싫어할 수 있겠어요. 

프랜치스 : 그렇다면 그를 두고 다툼으로써 그에 대한 추억을 흐리는 일은 그만두도록 합시다. 우리는 아주 중요한 것을 잊어 버리는 수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신 것으로 교회에서도 가르치고 있지요. 하기야 오늘날 교회에 속해 있다는 대부분의 인간들을 보면 그런 것을 생각할 여지조차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것인가 하면 확고한 믿음만 가지면 결코 지옥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그렇지요. 불교도든 회교도든, 또한 도교를 믿든....... 선교사를 죽인 후 그 고 기를 먹어 버렸다는 식인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집니다. 부끄럽지 않게끔 자신의 삶에 성실한 자세를 갖는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다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크나큰 자비지요. 최후의 심판 때에 결코 신의 존재를 알 수 없노라 대답하는 사람들에게도 진노의 채찍을 내리지는 않으실 겁니다. 아마 '여기를 보아라, 네가 그토록 부정하려 했던 나와 천국이 있지 않느냐. 자, 들어오너라' 하고 말씀하시겠지요. 

바로 내 머리를 내리친 구절이었다. 나에게 구원이 있을까 내가 천국을 갈 수 있을까. 초대교회 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톨릭과 중세시대에 갈라져나온 개신교 그리고 개신교의 수만가지 종파들... 분명 정답이 오답이 많이 섞이면서 초대정신과 많이 달라졌을 거 같다. 

그러나 기본적인 가톨릭 신앙이 위의 대화에서 압축되어 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 아니라, 우리는 주님 앞에서 신앙외에 행동으로도 평가 받을 거라는것... 그리고 주님의 자비는 그렇게 야박하지 않다는 것.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읽어도 깨달음이 많을 책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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