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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우리는 왜 종교를 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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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모든 것이 다 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열심히 하면 인생은 잘 굴러가고,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인생은 망하는 여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가 20대가 되자 인생을 "남 부럽지 않게" 잘 사는 방법에 다른 요소들이 엄청 개입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부모의 재력, 부모로 부터 받은 건강 유전자, 나의 노력, 타이밍에 딱 맞게 떨어지는 운, 타고난 기질, 외모, 후천적인 성격 등등이 복합적으로 버무려져서 나의 인생이 굴러간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미래를 두려워 한다. 미래를 생각했을 때 불안하지 않은 인간이 있을까 싶다. 두렵고 불안한 만큼 미래가 불안하기에 우리는 용하다는 점집을 찾는다. 30대 중반까지는 나도 아마 돈 백 정도는 부단히 타로집과 점집에 쓰지 않았을까 싶다. 

결론은.... 맞는 것은 없었다. 50프로 정도 맞고 나머지 50프로가 틀렸다면 그건 미래를 점치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30대 후반을 지나쳐 오면서 나는 좀 많이 지쳤던 것 같다.  인생이 잘 굴러가면 "아싸~ 난 역시 운이 좋아" 이렇게 들떴다가 또 뭔가 안풀리고 (특히 경제적으로) 쫄리면 난 왜케 재수가 없지를 반복하며 감정적인 동요가 심하게 올라 오는 게 지긋지긋해 졌다고나 할까. 

직장인이야 전기세가 오른다 한들, 물가가 뛴 다 한들 큰 걱정이 없다. (물론 짤리는 게 젤 큰 걱정이지만) 그저 내 월급빼고 다 올라~ 이렇게 잠시 꿍시렁 거리다가도 당장의 일용할 양식은 있기에, 그리고 매달 1번씩 월급이라는 노동의 대가가 통장에 들어오는 건 자명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월급쟁이 였기에 당시에는 결코 깨닫지 못했던 한달에 한 번 있는 "일용할 양식"의 힘을 너무나도 잘 안다.  

소상공인으로 살아가는 작금의 나는 하루 매출에 울고 웃는 날이 반복되고, 직장인이었을 때보다 자유가 큰 만큼, 불안감을 곱절로 증폭 되었다고나 할까. 나는 그래서 신을 믿는다. 오늘의 매출과 오늘의 손실을 나 혼자의 깜냥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서 그저 신에게 기도한다. 

돈 잘 벌게 해달라고? 아니다! 그저 무탈하게 내가 이 업을 이어갈 수 있기를. 나를 찾는 사람들이 나를 만난 이후 하루가 달라지기를... 나에게 서비스의 대가를 지불하면서 돈값이 충분하다고 여기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신께 기도한다. 

내 인생의 흥망성쇠가 내 뜻과 내 운과 내 노력이 아니라 그 위에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있음을 알고 난 신께 기도한다. 열심히 기도했지만 안되도 신의 뜻, 열심히 기도했지만 들어주셔도 신의 뜻 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의 불안도는 높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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