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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바빌론 (2023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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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빌론>을 보았다. 제목만 보면 무슨 종교 영화가 아닌가 싶지만 1926년 헐리우드의 무성영화 시대의 종료 시점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무성영화에서 유서영화로 넘어가면서 영화에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들의 꿈과 환상, 성공과 추락, 마약과 섹스, 타락을 아주 서사있게 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고 로비의 연기력에 놀랐다. 브래드 피트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마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서 헐리우드의 스타로 단숨에 올라간 뒤, 타고난 천박함, 마약, 그리고 도박을 이기지 못하고 추락하는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1926년, 1928년, 1930년... 이렇게 헐리우드가 빠르게 변해 가는 때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1926년에 순종이 죽었으니 일제 강점기이다. 저때로부터 백년이 지난 2023년의 지금도 미국은 절대 강국이지만 우리가 상투를 틀고, 농사를 짓고, 나라를 팔아 먹는 조선인이 있을 즈음... 미국의 길거리에서는 차가 다니고, 영화와 연극과 오페라를 향유하였구나 생각을 하니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정말 잘 만든 영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당연한 얘기지만 제 아무리 잘나가는 스타도 결국은 기우는 법이며, 멘탈 관리를 잘 해놓지 않으면, 비상했다가 추락하는 자신을 견딜 수 없어서 결국은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교훈과, 갱생이 불가능한 사람을 놓아야 할 때 놓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붙잡았다가는 나의 미래까지 재앙으로 떨어진다는 당연한 깨달음이 있었다. 

영화 상영시간이 조금만 더 짧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장면들이 많았고, 너무 많은 서사를 너무 디테일하게 풀지 않아도 좋았겠다 싶기도 하다. OST가 너무 좋다. 라라랜드 감독 아니랄까봐서.. OST를 듣다보면 라라랜드가 떠오르고, 맨마지막 장면에서는 시네마 천국의 늙어버린 토토가 오열하던 장면도 오버랩된다. 

잘 만든 영화를 주말 조조영화로 보는 날에는... 그 날이 꼭 선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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