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주욱 돌아본다. 내가 '기억'이라는 걸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내 인생에서 불안이 엄습하지 않았던 적이 있던가. 나는 늘 힘들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은 글쎄... 마냥 좋았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기억이 희석되어... 잘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게 정답이겠지.
중학교, 고등학교 때 나는... 마음이 몹시 힘들었던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문제 없는 학생이었지만 학업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치를 형제 하나가 못 따라 와주는 바람에 집안 분위기는 늘 살얼음 판이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아, 이놈의 집구석...'
'집 나가고 싶다... 나는 왜 태어났지'
뭐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럼 학교에서는 어땠을까. 나는 평범하기 이를 때 없는, 어느정도 공부도 하고, 어느 정도 친구도 있으며, 적당히 울고 웃는 학생이었지만 속으로는 지옥이었다. 성적과 진로에 대한 고민도 어마어마 했고, 나랑 재밌게 놀던 친구가 오늘따라 쌩-한 느낌이 들면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이제 와서 20년도 더 된 십대시절을 회상해 본다 한들, 너무나 희미해진 기억이어서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한 가지는 확신한다. 나는 참으로 불안감이 큰 사람이었다는 거다.
20대부터 불안감은 급속도로 치솟았다. 학점, 취업, 이직, 그리고 20대 후반부터 찾아온 노후에 대한 공포랄까... 연애를 몇 번 했으나 '이 사람이다' 라고 할 사람은 찾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누가 봐도 괜찮은, 내 마음에도 쏙 드는 사람이 성격도 괜찮고 경제적인 능력도 괜찮은데 이어서 그 남자의 부모님까지 선하고 좋을 확률은 로또에 가까웠다. 결국 연애로 인해 상처만 받고 나홀로 중년으로 늙어가는 요즘이다.
치솟는 난방비, 감당이 안되는 부동산, 부모님 노후에 효도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책임감... 글을 쓰다 보면... 이 사회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 내가 타고난 기질적인 불안이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닌가....싶을 정도로 나는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나를 낳아준 부모를 원망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지금은 남보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럭저럭 살고 있긴 하지만 나는 사실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 기대되는 앞으로의 삶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살아야 하는 이 삶이란...정말로...
아마 내 일생 일대의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놈의 불안을 잠재우는 법, 하루를 살아도 좀 맘 편히 사는법을 알기 위해서 아마 난 끊임없이 노력하겠지. 사는게....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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