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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너의 모든 것 You, 시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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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강한 나의 '취향'은 드라마를 선택할 때도 그대로 반영된다. 제 아무리 재밌어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해도 판타지나 좀비물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 나의 관심사는 항상 contemporary event 다. 동시대에, 지금 당장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사건들로 채워지는 드라마를 선호한다. 

미드 <You, 너의 모든 것> 은 책방에서 일하는 남자 조가 손님으로 온 벡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몰래 그녀의 집에 들어가고, 휴대폰을 해킹하고, SNS를 뒤지면서 그녀의 삶에 끼어든다. 결국 그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랑에 방해되는 그녀 주위 인물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처음에는 벡 역시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해킹된 정보를 통해 그녀의 관심사가 뭔지 파악했으니 벡으로서는 취향이 완벽하게 똑같은 남자를 만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됐을 것이다.

사실, 내가 가는 장소마다 한 남자가 '우연히' 나타나서 좋아하는 작가, 책의 취향이 비슷하다며 접근해 올때  '이 사람이 내 운명인가' 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사랑에 '우연' 이라는 요소가 적재적소에 있어 줄때 우리는 이 사랑이 완벽하다며 믿어 버리니까. 조는 그렇게 일거수 일투족 벡 모르게 그녀의 사생활 (사실 거의 모든 일상)을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사랑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인 그녀의 전남친, 여자친구들을 하나씩 그와 무관한 사고로 만들어가며 죽여 나간다.

몰래 주거침입을 하고, 내 물건들을 뒤져보면서 취향을 알아내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어 내고, 감금, 살인하면서 주인공 '조'는 끊임없는 독백 나래이션으로 시청자에게 동의를 구한다.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됐다고. 벡의 전남친 벤지는 벡을 단순히 잠자리 상대로만 생각하는 약에 쩌든 금수저이고 벡의 여자친구인 피치 역시 벡을 시녀처럼 부리기만 하는 나르시시스트라 어쩔 수가 없었다며 울부짖는다. 그의 모든 행동은 사랑하는 벡을 지키지 위해서 한 행동이라며 합리화 한다. 

조는 정말 사이코패스 살인마 인가? 물론 그렇다. 그렇다면 누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드라마 중간중간 그의 어린 시절이 짧게 등장한다. 가정폭력과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하며 자란 어린 '조'는 애정결핍을 심하게 느끼며 사이코로 성장하게 된다. 아마 '조'의 옆집에 사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어린꼬마에게 보이는 다정한 행동 역시 본인의 유년시절에서 겪은 폭력 트라우마에서 나오는 친절이라고 생각하자 '조'가 너무 가여웠다. 

"언니 그 드라마가 재밌어요? 전 남주가 소름끼쳐서 보다 말았어요."

아는 동생은 드라마  <You, 너의 모든 것>이 너무 소름끼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호불호가 강할 드라마 인건 분명하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뿐 우리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멘탈이 흔들리는 경험, 내 안에 악마가 들어왔다 나간 경험이 모두 있지 않은가.  소소하게는 짝사랑하는 남자 휴대폰을 몰래 보고 싶은 감정, 투명인간이 되어서라도 그의 일상을 엿보고 싶은 욕구,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는, 나의 사랑의 방해물이 될것 같은 사람들이 알아서 좀 꺼져 줬으면 하는 느낌을 안 가져본 사람이 있을까.  

보통 사람들에게는 상상속 귀여운 소망들을 '조'는 가차없이 행동으로 옮김으로서 그가 사랑하는 사람, 결국 그 자신까지 스스로를 파멸이 길로 걸어들어간다. 

드라마의 남주와 나의 차이점은 사실 하나이다. 머릿속에 드는 끔찍한 생각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느냐 마느냐. 그래서 아마 나는 더욱더 드라마를 보는 내내 '조'를 향해 외쳤다. 

"어린 시절을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을 뿐이잖아.  너는 좋은 사람이야. 똑똑한 사람이고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옆집 꼬마에게 좋은 삼촌 노릇을 해주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지금 당장 비뚤어진 너의 집착과 사이코같은 행위, 감금과 살인을 멈춰. 죄를 시인하고, 죗값을 살고 다시 태어나라고"

그에게 연민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며 자꾸 결국 '벡'까지 죽게 만드는 '조'를 향해 끝까지 실망한 뒤 시즌1을 끝마쳤다. 유년시절의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커버린 어른이 악마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래서 다시 한번 '사랑받는 다는 게 얼마나 사람을 살리는 일인가' 를 생각하게 해주는 아주 의미있는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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