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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법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 받지 못한다는 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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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 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소시민으로 태어나서 그냥 저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다보면 나의 의무와 권리에 대해서 큰 생각 안하고 살게 된다. 

기껏해야 납세의 의무 정도 체감할 거고 (아, 물론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가 너무 클 것이고) 권리라고 하면 뭐 노후에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감도 안오는 국민연금 정도나 될까... 물론 그것만이 아니겠지만 그 외의 수많은 권리와 의무들은 사실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저냥 살아갈 거다. 사람이 살면서 경찰서에 불려가고, 법원에 끌려가고, 피해자 또는 가해자. 채권자 혹은 채무자가 되는 상황을 겪는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많지 않아야 한다)

벌써 작년 초, 어떤 법인을 상대로 프리랜서로 일을 의뢰받았고, 받아야 할 금액 1200만원에서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 처음에 법무법인을 찾았고, 소송비용 절감을 위해서 중간에서 직접 셀프 소송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채무자는 뭐, 배째라, 맘대로 해봐라 - 지껄이더니 더 이상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소송을 걸었고 소송비용까지 피고가 내야 하는 판결까지 받아서 백프로 승소를 했다. 그러나 채무자는 여전히 방관했다. 결국 소송비용 확정 후에 전자소송으로 법원에 채무자의 재산명시를 신청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민사집행법 제 68조 (채무자의 감치 및 벌칙 )

1.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한다. 

1) 명시기일 불출석

2) 재산목록 제출 거부

3) 선서 거부

 

전자소송으로 확인하니 사건이 '종결'로 끝나있다. 관할 법원에 전화를 했다. "저는 채권자 XX인데 사건이 종결로 끝나있다. 채무자가 출석해서 재산명시 했나요" 라는 질문에 출석 안햇다는 단답이 돌아왔다. 그럼 앞으로 절차가 뭐냐고 물어보니 없단다, 끝났단다.헐....채무자는 그럼 벌금도 없고, 감치도 없단 말인가. '감치'라는 압박 장치가 있다고 하던데...싶었다. 

"감치 같은거 안되나요?"

라는 뻘쭘한 질문에 감치 라는게 있기도 하지만 요샌 잘 없고 더욱이 코로나서 안한단다. 풉 -

 

난 순간 내가 채무자랑 통화를 하나 싶었다. 아니 법원이 너무 죄진 사람의 스탠스에 서서 항변하잖아. 돈 받을 사람은 나야 나, 억울한 사람은 나야 나, 권리 주장을 하고 있는 사람은 나라고. 그런데 감치도 없어, 사건은 종결돼, 나는 뭐 내 소송비용만 뻔질나게 써댄 셈이다. 누가 그랬던가. 그렇게 크지 않은 형량을 받아서 감옥이라도 살게 되면, 거기서 더 한 위법 행위를 배워온다고. 억을해서 소송을 진행했고 승소한 입장에서 느낀 게 하나 있다. 

권리를 지키기 위해 눈을 뜨고 지랄 발광을 다 해도, 대한민국 법이 개법이라 (적어도 이번에 나는 너무 개법이라고 느껴서) 죄 진 자가 발을 뻗고 자고, 법망을 요리저리 피해 다니며 사기치는 사람이 오히려 현명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법 앞에서 채권자가 이렇게 무력하고, 채무자가 이토록 당당하고 아무런 고통도 없다면 역시 현명한 건 '배쨰라'겠구나 싶었던 거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 착하게 사는 게 손해다.

- 법은 지키는 사람이 바보다. 

- 부자들은 다 법망을 요리조리 잘 피해는 사람들이다.

- 떼인돈 소송 걸어봐야 못받는다, 배째는 게 정답이다. 

 

 

소시민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지. 권리 위에서 잠자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발버둥 치는 사람에게 대체 정의가 누구의 편에 서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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