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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

'다중이'로 살아가는 우리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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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여름호]의 책머리에 김수영 시인의 등장한다. 평생에 걸쳐 자유를 외치고 노래한 시인 답게, 4.19를 외면하는 지식인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 정확하게 파악하고 통찰하지 못하는 사람은 미안하지만 시인의 자격이 없다 - 라고. 

 

김수영의 시를 예찬하는 국문학자들 철학자들이 있지만 시를 차치하고서 그의 생애를 들여다 보면 사실 오늘날로 치면 그는 가정 폭력범이다. 부인 김현경이 일 년에 두세번은 맞았다는 얘기, 특히나 우산으로 아내를 마구 때렸다는 일화는 너무 유명하다. 아내를 때리는 남자의 시에 등장하는 꽃, 눈, 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이질감이 있던지...

 

뭐 물론, 도덕적으로 산 사람만 시를 쓰라는 법 없다. 그렇지만 김수영의 일화를 들으면 평생 강직하게 살아온 선비같은 공무원이 온갖 편법을 동원에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얘기를 들었을때의 당혹스러움과 대동소이 했다. 

김수영 시인을 폄하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다중이로 살아간다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사적으로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배려심 깊은 친구의 감투를 쓰고 있는 사람도, 공적으로는 성추행과 폭언을 일삼는 회사 동료일 수도 있다. 누구보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기부와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 가정에는 충실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얼굴을 갖고 살아가기에 좋은 평가는 몰라도 나쁘다고 말하기에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꺼려진다. 

그냥 나랑은 맞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괜찮을 수 있기에 자꾸 말을 아끼게 된다고나 할까. 사람을 함부로 평가 하는 사람들은 본인 자신을 되돌아 보길 진심으로 빈다. 

 

내가 아는 어느 어르신 중에 평생 일만 하면서 근면 성실하게 살았다고 자부하는 분이 계셨다. 평생 교회에 나가고, 하나님 말씀만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본인 입으로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은 비 기독교인을 욕하고 상당히 배타적인 행동을 보였는데 그 하나 만으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은 무시한채,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독교인을 자처해온 사람이었다. 

우리 모두 다중이로 산다. 다중이로 살면서 각각의 성격적, 가치관적인 결함을 안고 산다는 것만 알아도 엄청 '어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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