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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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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나는 제 아무리 뛰어난 영생 매체라고 해도 책과 글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주의다. 드라마, 영화도 책을 읽는 자의 상상력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스스로 책을 파서 공부하는 것이 EBS교육 방송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은 변함 없다.  그러나 <금쪽같은 내새끼> 라는 채널 A프로그램은 매번 감동하고, 가슴 아파하고, 울고 웃는다. 

초반에는 조카뻘 금쪽이들을 '어른'의 입장으로 지켜보는 전지적 관찰자적 시점이었다. 안 그런 애들도 많은데, 평범하고 정상적인 범주 애들도 엄청 많은 것 같은데,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애들은 참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전문가 오은영 박사가 기가 막히게 원인을 찾아내고, 그걸 수정해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걸 보고 전문가는 다르구나- 그냥 그 정도??

 

 

그런데 점점 회차가 거듭될 수록 어린 금쪽이 말고 어른 금쪽이가 눈에 보인다. 힘겹고 애쓰면서 살았던 어른 금쪽이의 상처가 다시 자식에게 되물림되거나 그대로 투사되어 복제판 어린 금쪽이를 만들어낸다. 

 

사실, 삐딱한 어른들, 과도하게 희생하는 어른들, 과도하게 엄격한 어른들을 까보면 어른 금쪽이 역시 유년시절이 평범치 않았던 특징들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아이 때문에 사연을 쓰고 의뢰 했다가 꼭 같은 상처를 입었던 본인들의 유년시절을 마주하고 우는 어른 금쪽이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나 할까. 

 

살수록 유년시절 부모와의 관계의 어긋났던 흔적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나를 공격할 때가 있다. 그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고 관찰하고 쓰다듬어 주지 않으면 늙은 금쪽이로...그렇게 어디 한쪽의 결핍과 불균형으로 생을 마치게 될 것만 같아서 때론 무섭다. 

 

어른 금쪽이를 위한 건강한 프로그램과 책이 더 쏟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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