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난한 이유
[부의 본능]이라는 책을 읽어 보면 내가 가난한 이유는 가난학 살기 쉽도록 태어난 본능 때문임은 알 수 있다. 인간에게는 근시안적이고, 과시하고 싶고 쉽게 돈 쓰는 본능 즉, 가난하게 살기 쉽도록 타고난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40대 초반 부를 이루어 은퇴하고 캐나다로 온 가족이 건너가서 부를 누리며 사는 지금도 다 떨어진 코트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는 검소와 절제의 본능을 따르는 삶을 예로 들었다.
비록 지금은 부부가 사이좋게 수십개국을 여행하는 자산가 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비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는 얘기에 물론 존경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나 역시, 내가 마흔이 다 되도록 집도 없고, 전세도 없이 월세로 떠도는 삶을 사는 것도 가난한 본능이 이끌었기 때문일까? 글쎄 모르겠다. 명품 하나 갖고 있지 않았고, 차도 경형차를 갖고 있는 게 전부다. 직장생활 하는 내내 투자할 줄을 모르는 '경제 무능자'여서 그렇지 나의 과시욕과 허세가 현재의 나를 만들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의 본능]에는 어떻게 살아야 부자로 살 수 있는지, 투자기법부터 마음자세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부분이 너무도 많지만 중간중간 찐부자는 한 턱을 내봐야 설렁탕이 전부라던가, 한 턱을 쏜다는 말은 가난한 월급쟁이의 전유물이지 사지 않는다는 말 등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나는 월급좀 받으면 친구들에게 한 턱 쫌 쓰는 삶을 살고 싶다. 받는 즐거움 처럼 친한 사람들에게 좋은 밥 한끼 대접하는 즐거움도 분명 있는 거니까.
부동산과 주식투자 등등 자산을 불리는 방법에 게속 귀를 기울이며 조기 은퇴하고 부를 누리며 살고 있는 그를 존경한다. 그러나 젊은 시절 짠지같이 아끼고 미용실도 가지 않고 화장품도 사지 않고 에어백도 나오지 않는 삶을 십수년간 지속한 그를 닮아서 살고 싶지는 않다.
욜로 좋아하다가 골로 간다는 그의 말에 물론 일정 부분 동의를 한다. 그러나 삶은 유한하고, 우리가 100세까지 살지 50세까지 살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으며 행복은 나중으로 미룰 수 없는 것, 저장할 수 없는 것, 나중으로 미룬다고 해서 더 큰 행복이 오지 않는 거라는 것쯤은 안다.
아마 그래서 죽을때 까지 내 인생에서 부자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여행과 배움, 경험에 관한 돈은 아끼고 싶지 않다. 코로나로 2년째 비행기를 못타는 신세가 되면서 나는 또 느꼈다. 아 좀 더 여행을 많이 할것을.... 싶은 후회? 더블린에서 장기체류하고 한국에 온지 벌써 6년이다. 굳이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내가 다시 유럽의 몇 개국을 손쉽게 여행할 돈과 시간적 여유가 있을까 싶다. 그때 더 했었어야 했다. 그때 아이슬란드도 가고, 핀란드도, 노르웨이도, 독일도 한번씩 갔었어야 했다. 더 나이 들어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앞에서 긴 줄을 서 있을 체력과 열정이 남아 있을까.
죽기 직전 끝에 웃는 자가 인생의 승자가 아니라 살면서 되도록 많이 웃었던 승자라는 말처럼, 부를 이루고 조기 은퇴하는 꿈같은 삶을 살지 못하더라도... 그때 그때 적당히 적정한 선에서 누리는 삶을 살고 싶은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었다.
뭐, 이래서 내가 부자가 되기는 커녕, 당장 1년 뒤가 보이지 않게 암담하게 사나보다.